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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우리는 고독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외롭다

한층 기품 있는 독서의 즐거움을 주는 김규항 아포리즘!
1판 1쇄. 2017년 6월 19일

우리가 비루한 일상을 박차고 이상과 삶을 일치시키는 초인적인 영웅담을 즐기는 이유는 우리가 그 비루한 일상의 노예로 살기 때문이다. 노예는 주인의 호사는 당연하게 여기면서 다른 노예의 나은 처지는 참질 못한다.

세상은 ‘청년 시절에나 하는 운동’으로 바뀌는 게 아니라 일생에 걸쳐 지속되는 신념들로 바뀐다. 사람은 누구나 좌파로 살거나 우파로 살 자유가 있지만 중요한 건 그런 선택을 일생에 걸쳐 일상 속에서 지키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한정하는 일인 것 같다.

우파는 자신의 양심을 건사하는 일만으로도 건전할 수 있지만, 좌파는 다른 이의 양심까지 지켜내야 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우애나 연대 없이 행복할 수 없다. 행복은 소비나 물질적 축적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는 순간, 바로 그 순간들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재벌들에 보이는 적개심이란 실은 한 뼘이라도 재벌에 가까이 가고 싶은 욕망의 비굴한 표현일 뿐일지도 모른다.

교육의 목표는 ‘올바른 교육’이 아니라 ‘아이의 행복’이다.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하는 열정이 없는 사람이 좋은 부모가 될 가능성은 없다.

아이를 지성인으로 키운다는 건 슬퍼할 일에 슬퍼할 줄 알고 분노할 일에 분노할 줄 알며 양심을 거스르는 행동을 했을 때 잠 못 이루는 능력을 길러주는 일이다. 지식은 그 다음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의 옳고 그름을 따지고 그 뜻과 관계를 파악하는 능력, 그게 교양이다. 그걸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 ‘교양 있는 사람’이다.

나눔은 적선이나 자선이 아니라, 적선과 자선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나눔은 남보다 많이 가지고 남은 걸 나누어주는 게 아니라 남보다 많이 가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다.

막힌 길이면 포기 않고 뚫어야 한다. 그러나 길이 아니면 다른 길로 가야 한다. 길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다른 길로 가는 게 두려워 내내 길을 뚫는 시늉만 하는 건 다 죽는 길이다.

최악의 가장 큰 해약은 최악 자체가 아니라 최악 덕에 다른 악이 면책되는 것, 그래서 악의 총체성이 지워지는 것음을 기억하는 것이다.

색깔을 강화한다는 건 하나의 색깔을 만드는 게 아니다. 중심 색을 또렸이 잡아 여러 색깔이 빛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자의 성장은 인간화가 결여된 사회화 과정이고 여자의 그것은 사회화가 결여된 인간화 과정인 경향이 있다. 가부장제는 미숙한 인간들이 성숙한 인간들을 지배하는 기이한 체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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